디지털 미디어와 오래된 사진

2012. 12. 10. 07:19이야기

 현재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컴퓨터와 디지털 미디어로 화려해진 세상과 SNS로 네크워크화된 편리한 일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광고 매체에서나 일상적으로 ‘스마트한 삶' 이란 표현을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스스로 스마트해져가고 있다기 보다는 스마트한 기기들을 쫒아가는 형국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디지털 세상은 빨리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디지털 사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을 무렵 나는 대학에서 ‘사진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당시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아직까지는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를 따라올려면 아직 한참 멀었으니 구매를 자제해달라는 말과 필름카메라를 기준으로 하는 수업에 충실하라는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영향이었을까? 다른 디지털 기기들은 일상적으로 편리함을 누리는데 주저함이 없는데 반해 사진 만큼은 항상 예전 아날로그 카메라와 그것으로 찍은 결과물에 더 많은 애착을 느끼고 있으며 항상 불편한 필름으로 다시 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다.
 
지금의 디지털 사진은 수치 상으로 해상력과 계조에서 필름이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 나은 것을 구현해내고 있으며 작품이나 취미사진을 제외한 상업사진과 일반사진분야에서 대부분 전환이 다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의 필름카메라들은 말 그대로 장롱카메라가 된 신세로 전락했다. 아날로그 방식이 전력을 덜 소모하고 관리비용이 더 적게 드는 것을 장점으로 치자면 예외적으로 필름카메라는 필름을 구매하는 것과 구형배터리를 유지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다. 또한 웹 페이지에서 사용하기 위해 디지털 스캔을 하는 과정이 더해지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 사진은 곧 인화지에 출력이 된 사진을 의미했지만 지금의 사진은 인화를 하지 않고도 모니터나 TV등을 통해 보여주는 정지된 화상도 사진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언제든 사진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름을 사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데이터로 처리된 사진들은 이전 보다 훨씬 일반사람들과 친숙해졌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예전 사진앨범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이 컴퓨터에 저장되어있고 핸드폰과 스마트기기들에도 꽤 오래 전부터 카메라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진들은 넘쳐나지만 이전에 비해 더 소중히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잘 저장해둔 사진을 언제든 지 끄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치 않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첫 애가 태어나서부터 두 돌이 되어가는 동안 항상 카메라로 매일 매일을 기록하다시피 했다. 집에 있는 동안은 항상 카메라를 곁에 두었고 아기가 어떤 행동을 보여줄 때 마다 사진을 찍었다. 그렇지만 컴퓨터의 오류로 파일이 다 삭제되었고 엄청난 허탈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오래된 사진이 구깃구깃해지고 색이 바래도 간직했던 추억을 되살리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하지만 완전히 소멸된 것은 실체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떠올릴 추억조차 사라지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추억을 보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방식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다기 보다는 어떻게 간직하고 다루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디지털 사진으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흔들린 사진은 잘 못 찍은 사진으로 판단하고 과감히 삭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그렇게 똑 부러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처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조금은 빗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개척을 종용당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디지털로 편리함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느리게 사는 삶을 사진에서도 적용시키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훗날 여유가 된다면 집안에 작은 암실을 꾸리고 직접 사진을 인화하여 크거나 작은 액자들을 집안 곳곳에 걸어두고 싶다. 예전에 찍은 사진들이어도 상관없고 잘 못 찍은 사진들이라도 상관없다. 그 사진 안에 내 가족과 친구가 있을 것이고 내가 있었던 곳과 바라본 시선이 남아있을 것이다.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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