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군대 갔다왔어요?"

2011. 6. 26. 16:07이야기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글로써 남겨보지만 당시의 내가 받았던 느낌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2011년 6월 26일 일요일 점심식사 전 침대에서 같이 TV를 보던 중에 아들 지환이가 물었다.

"아빠 군대는 다 가야되요?"
"응? 음..군대는 우리나라에서 살면 다 가야돼~ 왜? 가기 싫어서?"
"가면 시키는데로 해야되잖아요?"
"그런얘기 어디서 들었어?" "혹시 형아가 얘기 하더냐?"

대답이 한동안 없다가 그냥 들었다고만 대답했다. 아마 여기저기서 들었을 지도 모르지만 집안에서 내가 여러번 얘기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군대가면 어떻다는 식의 이야기는 안했을 것이다. 나 어릴 적 어른들처럼 어린시절부터 군대를 가면 어떤 생활을 해야한다거나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한다는 식의 정신적 억압을 주지않아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 여섯 살의 나이에 벌써부터 군대에 대한 생각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별로 달가운 사실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애한테 짐을 떠안긴 느낌이었다. 전혀 그런 고민을 해야되지 않아도 될 나이에 말이다..내 개인적인 사상으로는 꼭 가야한다고 말하고 싶지않지만, 나도 그랬고 내 자식들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애비된 자로서 군대를 가기 전까지 어떤 사고를 심어줘야할 지 난감한 입장이다.. 그냥 우리 아이들이 눈 질끈 감은 순간에 금방 잘 다녀오기를 바랄 뿐이다.(나의 국가관이나 이념이 죄스럽지는 않다. 그냥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빠는 왜 군대 갔다왔어요?" 
"어? 가야되니까.." " 아빠는 예~엣날에 갔다왔어"
"스무살 때?"
"엉"

그러고 보니 이 대화가 예전에도 한번 있었던 대화다. 오늘이 아마 두번 째로 군대에 대해서 물어본 날인 것이다.
오늘은 한마디를 더한다.

"아빠는 왜 군대 갔다왔냐고..?"
.........
"가지말지... 나랑 같이 가야지.."
"지환이랑 아빠랑 군대가면 뭐가 좋은데?"
"같이 걸어 가면서 얘기할 수 있잖아,,,안 심심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내가 이 아이에게 더 큰 버팀목이 되어줘야겠구나하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래~ 배워나가야 할 것만 있는 미숙한 어린 사람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부모가 사라지면 어쩔 줄 모르는 아직 여리고 어린 아이였지! 

장마가 시작되어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으쓸하고 알수없는 두려움으로 불안했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본다. 비를 흠뻑 맞고 들어간 집의 따듯한 온돌과 이부자리 그리고 엄마..
내가 우리 자식들한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알게 모르게 나와버리는 내 한 숨과 차릴 밥상을 걱정하는 애들 엄마의 근심이 절대로 애들한테까지 옮겨가지 말아야한다고 다시 다짐하는 그런 날이다.

201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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