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내리는 비
2007. 6. 7. 17:11ㆍ이야기
장맛비가 며칠동안 내린다. 약간 지겹기도 하다.
비는 어디에나 떨어진다.
참외 위에 내리는 달달한, 슬라브지붕을 때리는 씨끄런,
장독위를 똑딱이는, 그리고 내 머리옆 창가로 떨어지는 비.
새벽이다. 창가에 빗소리가 잠잠하다 거세어졌다가를 반복한다.
고인 것이 냇물처럼 흐르기도 한다.
소리가 더 커지면, 비가 들칠까 창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여름의 길고 지루한 비는 잠시 두렵기도 하다. 빗소리가 점점 커져서
세상의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될 것 같은 그런 두려움.
비냄새와 모기향냄새가 끈적한 선풍기바람을 타고 온다. 코가 맵다.
옆에 누운 친구의 끈적한 어깨, 비를 피해 날아 온 힘없는 모기도 포함해 모두,
여름 밤일 수 있게 만드는 모습들,, 왠지 특별한 감정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여름은 꽤 멋있는 계절이다.
언젠가 비가 그치면 강렬한 태양이 머리통을 아득하게 달구어 줄 것이다.
그렇게 단순해서 좋다. 또 소나기를 기다리는 것 처럼..
밤 하늘의 색깔이 궁금하지만, 그 나름의 흐름을 깨뜨리고 싶지않다.
얼떨결에 내 소리를 듣고 나온 우리집 개가 비를 맞을까..
간단히 팔뚝과 얼굴에 찬물을 비비고 베게를 머리에 꾹 눌러야겠다.
좋은 꿈이 되길 은근히 기대한다.
(2003년 장마철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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