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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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와 오래된 사진
현재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컴퓨터와 디지털 미디어로 화려해진 세상과 SNS로 네크워크화된 편리한 일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광고 매체에서나 일상적으로 ‘스마트한 삶' 이란 표현을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스스로 스마트해져가고 있다기 보다는 스마트한 기기들을 쫒아가는 형국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디지털 세상은 빨리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디지털 사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을 무렵 나는 대학에서 ‘사진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당시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아직까지는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를 따라올려면 아직 한참 멀었으니 구매를 자제해달라는 말과 필름카메라를 기준으로 하는 수업에 충실하라는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
2012.12.10 -
"아빠는 왜 군대 갔다왔어요?"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글로써 남겨보지만 당시의 내가 받았던 느낌을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2011년 6월 26일 일요일 점심식사 전 침대에서 같이 TV를 보던 중에 아들 지환이가 물었다. "아빠 군대는 다 가야되요?" "응? 음..군대는 우리나라에서 살면 다 가야돼~ 왜? 가기 싫어서?" "가면 시키는데로 해야되잖아요?" "그런얘기 어디서 들었어?" "혹시 형아가 얘기 하더냐?" 대답이 한동안 없다가 그냥 들었다고만 대답했다. 아마 여기저기서 들었을 지도 모르지만 집안에서 내가 여러번 얘기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군대가면 어떻다는 식의 이야기는 안했을 것이다. 나 어릴 적 어른들처럼 어린시절부터 군대를 가면 어떤 생활을 해야한다거나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한다는 식의 정신적..
2011.06.26 -
가을을 느낄려면 작은 창이 필요하다
가을이라면 어떤 심상을 떠올릴 수 있을까? 소실점 구도의 낙엽쌓인 가로수길, 단풍에 타오르는 가을산, 움추린 어깨의 깃세운 코트..나는 작은 창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도 두렵고 갑갑할 정도의 작은 창이면 더 좋겠다. 굳이 태양의 입사각을 말하지 않아도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사계절이 다 다르며, 그 중 가을의 햇살은 적당히 따뜻하고 창가로 길게 드리운다. 그 때문인 지 나는 가을이면 가끔, 아침과 오후의 시간을 혼동하곤 했었다.탁 트이고 넓은 풍경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가을의 작은 창에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과 한 폭의 풍경화가 그려진 액자가 있다. 푸른하늘과 키 큰 나무의 꼭대기,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이 그려진 풍경...밖에서는 오래 쳐다볼 수 없는 장면을 틀 안에서는 진지하고 그리운 시선으로..
2007.11.07 -
여름밤에 내리는 비
장맛비가 며칠동안 내린다. 약간 지겹기도 하다.비는 어디에나 떨어진다. 참외 위에 내리는 달달한, 슬라브지붕을 때리는 씨끄런, 장독위를 똑딱이는, 그리고 내 머리옆 창가로 떨어지는 비. 새벽이다. 창가에 빗소리가 잠잠하다 거세어졌다가를 반복한다. 고인 것이 냇물처럼 흐르기도 한다. 소리가 더 커지면, 비가 들칠까 창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여름의 길고 지루한 비는 잠시 두렵기도 하다. 빗소리가 점점 커져서 세상의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될 것 같은 그런 두려움. 비냄새와 모기향냄새가 끈적한 선풍기바람을 타고 온다. 코가 맵다. 옆에 누운 친구의 끈적한 어깨, 비를 피해 날아 온 힘없는 모기도 포함해 모두, 여름 밤일 수 있게 만드는 모습들,, 왠지 특별한 감정에 빠져들기 충분하다.여름은 꽤 멋있는 ..
2007.06.07 -
Boss
주인이 이사가면서 데리고 가지 않아 떠돌이가 된 개. 여러 해 동안 떠돌아 다닐 무렵 사진이다. 매우 영리하고 경계심이 강해 여러 개들을 데리고 다니길래 난 그냥 보스라고 불렀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못 본 지 꽤 되었다. 작년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했나보다..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