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느낄려면 작은 창이 필요하다
2007. 11. 7. 09:34ㆍ이야기
가을이라면 어떤 심상을 떠올릴 수 있을까?
소실점 구도의 낙엽쌓인 가로수길, 단풍에 타오르는 가을산, 움추린 어깨의 깃세운 코트..
나는 작은 창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도 두렵고 갑갑할 정도의 작은 창이면 더 좋겠다.
굳이 태양의 입사각을 말하지 않아도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사계절이 다 다르며,
그 중 가을의 햇살은 적당히 따뜻하고 창가로 길게 드리운다.
그 때문인 지 나는 가을이면 가끔, 아침과 오후의 시간을 혼동하곤 했었다.
탁 트이고 넓은 풍경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가을의 작은 창에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과 한 폭의 풍경화가 그려진 액자가 있다.
푸른하늘과 키 큰 나무의 꼭대기,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이 그려진 풍경...
밖에서는 오래 쳐다볼 수 없는 장면을 틀 안에서는 진지하고 그리운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구속받는 환자나, 수감자같은 사람들에게 작은 창마저 없다면, 희망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 역시 이등병시절, 창으로 바라보는 아주 작은 풍경을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워했었다.
가을은 문득 찾아오고 쉽게 가버린다.
갑자기 찾아 온 으쓸함에 떨리는 가슴은 웃도리로 감싸고 따뜻한 볕이 드는 길을 따라 오랫동안 걸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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