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느낄려면 작은 창이 필요하다
가을이라면 어떤 심상을 떠올릴 수 있을까? 소실점 구도의 낙엽쌓인 가로수길, 단풍에 타오르는 가을산, 움추린 어깨의 깃세운 코트..나는 작은 창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도 두렵고 갑갑할 정도의 작은 창이면 더 좋겠다. 굳이 태양의 입사각을 말하지 않아도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사계절이 다 다르며, 그 중 가을의 햇살은 적당히 따뜻하고 창가로 길게 드리운다. 그 때문인 지 나는 가을이면 가끔, 아침과 오후의 시간을 혼동하곤 했었다.탁 트이고 넓은 풍경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가을의 작은 창에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과 한 폭의 풍경화가 그려진 액자가 있다. 푸른하늘과 키 큰 나무의 꼭대기,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이 그려진 풍경...밖에서는 오래 쳐다볼 수 없는 장면을 틀 안에서는 진지하고 그리운 시선으로..
200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