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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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느낄려면 작은 창이 필요하다
가을이라면 어떤 심상을 떠올릴 수 있을까? 소실점 구도의 낙엽쌓인 가로수길, 단풍에 타오르는 가을산, 움추린 어깨의 깃세운 코트..나는 작은 창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도 두렵고 갑갑할 정도의 작은 창이면 더 좋겠다. 굳이 태양의 입사각을 말하지 않아도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사계절이 다 다르며, 그 중 가을의 햇살은 적당히 따뜻하고 창가로 길게 드리운다. 그 때문인 지 나는 가을이면 가끔, 아침과 오후의 시간을 혼동하곤 했었다.탁 트이고 넓은 풍경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가을의 작은 창에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과 한 폭의 풍경화가 그려진 액자가 있다. 푸른하늘과 키 큰 나무의 꼭대기,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이 그려진 풍경...밖에서는 오래 쳐다볼 수 없는 장면을 틀 안에서는 진지하고 그리운 시선으로..
2007.11.07 -
여름밤에 내리는 비
장맛비가 며칠동안 내린다. 약간 지겹기도 하다.비는 어디에나 떨어진다. 참외 위에 내리는 달달한, 슬라브지붕을 때리는 씨끄런, 장독위를 똑딱이는, 그리고 내 머리옆 창가로 떨어지는 비. 새벽이다. 창가에 빗소리가 잠잠하다 거세어졌다가를 반복한다. 고인 것이 냇물처럼 흐르기도 한다. 소리가 더 커지면, 비가 들칠까 창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여름의 길고 지루한 비는 잠시 두렵기도 하다. 빗소리가 점점 커져서 세상의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될 것 같은 그런 두려움. 비냄새와 모기향냄새가 끈적한 선풍기바람을 타고 온다. 코가 맵다. 옆에 누운 친구의 끈적한 어깨, 비를 피해 날아 온 힘없는 모기도 포함해 모두, 여름 밤일 수 있게 만드는 모습들,, 왠지 특별한 감정에 빠져들기 충분하다.여름은 꽤 멋있는 ..
2007.06.07